한글의 과학성은 우선 그 창제 원리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한글은 ‘독창적인 원리’로 만들었다. 한글은 다른 문자를 모방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사람의 발음 기관과 천·지·인 삼재를 본떠 독창적으로 창제한 문자이다. 자음의 경우에는 발음 기관을 상형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글자의 모양만
보고서도 그 글자의 음가를 짐작할 수 있다.
초성의 기본 글자는 다섯 자인데, 어금닛소리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꼴을, 혓소리 ㄴ은 혀가
윗잇몸에 붙는 꼴을, 입술소리 ㅁ은 입 모양을, 잇소리 ㅅ은 이의 모양을, 목소리 ㅇ은 목구멍의 모양을 본떴다. 한글의 자음은 발음 기관을
상형하여 만든 세계 유일의 소리글자인 것이다.
중성의 기본자는 ‘ㆍ, ㅡ, ㅣ’ 세 글자인데, 하늘의 둥근 모양을 본떠 ㆍ를 만들고, 땅의 평평한
모양을 본떠 ㅡ를 만들고, 사람이 서 있는 모양을 본떠 ㅣ를 만들었다. 초성 다섯 자(ㄱ, ㄴ, ㅁ, ㅅ, ㅇ)와 중성 세 자(ㆍ, ㅡ, ㅣ)를
바탕으로 가획, 병서, 연서, 합용 등의 방법으로 더 많은 글자들을 만들 수 있다.
둘째, 한글은
‘이원적 구성’으로 만들었다. 훈민정음 28글자를 제각각 만든 것이 아니고 먼저 몇 개의 기본자를 만들고 여기에 획을 더해 가며 나머지 글자를
파생시켜 다른 글자들을 만들었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 자음은 17자인데 기본자 다섯 글자를 먼저 만들고 나머지 파생 글자를 가획의 원리에 의해
만들었으며, 모음은 11자인데 기본자 세 글자를 먼저 만들고 나머지 파생 글자를 만들었다.
모두 28글자를 만들었지만 자음 다섯 글자와 모음 세 글자를 바탕으로 나머지 글자들은 가획의 원리에
따라 획을 더 그어가며 파생된 것이므로 글자를 쉽게 익힐 수가 있다. 훈민정음 해례 서문에 “슬기로운 이는 아침먹기 전에, 어리석은 이라도
열흘이면 깨우칠 수 있다.”고 한 것은 거짓이 아니다.
이와 같은 이원적 구성에 의한 글자의 창제는 글자의 체계를 매우 체계적으로 해 줄 뿐만 아니라 문자
학습에 있어서도 기억 부담량을 줄여 주어 배우고 활용하는 데에 매우 유리한 점으로 작용한다.
여기에서 가획의 원리를 적용하는 데 있어 글자를 형성하기 위해 단순히 가획만 한 것이 아니고 거기에도
의미가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의 창제자가 기본자와 그 밖의 글자들 간의 음성학적 관계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본자 ‘ㄱ’에 획을 더하여 ‘ㅋ’을 만들었는데 단순히 획을 더한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그 획의 의미가 있어서 ‘소리가 세진다’는
것이다.
‘놓고’라는 말을 발음해 보면 [노코]로 소리나는데, ‘ㅋ’은 ‘ㅎ’과 ‘ㄱ’이 합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ㅋ’은 ‘ㄱ’보다 ‘ㅎ’만큼 소리가 세다는 뜻이다. 또한 모음의 경우에도 기본자 ‘ㆍ, ㅡ, ㅣ’를 서로 조합하여 ‘ㅗ, ㅏ,
ㅜ, ㅓ’를 만들고, 여기에 ‘ㆍ’를 하나씩 더하여 ‘ㅛ, ㅑ, ㅠ, ㅕ’를 만들었다. 여기에서 획을 하나씩 더한 의미는 반모음‘ㅣ’가
더해진다는 뜻이다.
셋째, 한글은 ‘계열적 구성’을 이룬다. 즉, 음성적으로 같은 계열에 속하는 것이면 그
글자의 모양에 있어서도 비슷하게 묶었다. 자음의 경우 ‘ㄴ, ㄷ, ㅌ’는 설음[혓소리]인데 글자의 모양에 있어서도 글자마다 혀가 윗잇몸에 붙는
꼴인 ‘ㄴ’이 있어서 비슷한 모양을 이루고 있고, 순음[입술소리] ‘ㅁ, ㅂ,ㅍ’에는 입모양을 본뜬 ‘ㅁ’이, 치음[잇소리] ‘ㅅ, ㅈ,
ㅊ’에는 치아의 모양을 본뜬 ‘ㅅ’이, 후음[목소리] ‘ㅇ,ㆆ, ㅎ’에는 목구멍의 모양을 본뜬 ‘ㅇ’이 각각 있어서 비슷한 모양을 이루고
있다.
모음의 경우 ‘ㅑ, ㅕ, ㅛ, ㅠ’는 반모음 ‘ㅣ’가 앞서는 이중모음인데 글자 모양에 있어서도
‘ㅣ’나‘ㅡ’를 중심으로 각각 점이 두 개씩 찍혀 있어서 비슷한 모양을 이루고 있다.
넷째, 한글은
‘모아쓰기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이 분리되는 음소 문자[자질 문자]이면서도 음절 문자처럼 모아쓰기 방식으로 글자 모양을
이루고 있다. 즉 유한한 수의 자음과 모음을 가지고, 이를 조합해 쓰는 모아쓰기 방식을 취함으로써 거의 무한에 가까운 글자를 만들어 내어 문자의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창제 당시에는 지금은 없어진 자모 4자( ㆆ, ㅿ, ㆁ, ㆍ)와 중국어 표기용 6자 등을 합해 조합하면
무려 399억 자를 만들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쓰이고 있는 자음과 모음 24자만으로도 11,172개의 음절을 나타낼 수 있다. 정인지가
훈민정음 해례 서문에서 “바람 소리, 학의 울음소리, 닭의 울음소리, 개 짖는 소리까지도 적을 수 있다.”고 한 것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컴퓨터는 한정된 수의 자음과 모음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모아쓰기 형태의 글자를 생성해 내기 때문에 한글이
컴퓨터를 염두에 두고 창제되었을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로마자 공세에 살아남은 워드프로세서는 오직 한글뿐이며, 개인용 컴퓨터의 보급률이
세계에서 으뜸인 것 또한 한글의 이러한 구조적 특징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한글의 과학성은 정보화 사회에서 한글이 생존할 수 있는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 기본
글자에서 다른 글자를 파생시키고, 이 자음과 모음을 합해 글자를 이루고, 글자에서 낱말을 만들어 내는 한글의 구성 원리는 컴퓨터의 계산 원리와
비슷하다. 또한, 모음의 경우 한 가지 소리로만 발음되고 묵음자가 거의 없다. 문자와 소리의 이러한 일치성은 기계 번역이나 음성 인식 컴퓨터를
만드는 등의 한글의 정보화에도 매우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한글은 이 같은 과학성과 우수성으로 인해 글이 없어 말까지 사라져 가는 3,500여 소수 민족들에게
한글을 보급해 주고, 10억으로 추산되는 문맹자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줄 수 있는 가능성도 갖고 있다. 영문자가 우리 한글을 위협하는 요즘,
한글의 과학성을 발판으로 한글이 세계로 향해 나아갈 날을 기대해 본다.
쉬움!
뭐가세심함ㅋㅋㅋㅋㅋ